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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category 일상 2014. 5. 22. 21:19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헐티재를 향해서 달려나갔다.

어제보단 기운이 좀 더 나서 달리기가 훨씬 나았다.


MTB쉼터가 있던, 공사하고 있는 부근을 지나쳐 갈 때 쯤.

작은 백구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따라왔다.

원래는 비닐하우스에 묶여 있던 강아지인데 오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목줄이 풀려있었고, 그게 기분이 좋았던 건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더 이상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는 바퀴에 강아지가 말려버릴 것 같아서 잠깐 멈춰서서는

훠이~ 훠이~ 저리가~ 하면서 개를 쫓아봤다. 하지만 개는 그게 반가움의 표시라 생각했는지

혀를 낼름거리고, 꼬리를 살랑거리고, 나한테 앵기려고 팔짝팔짝 뛴다.

20~30미터 정도를 걸어가면서 계속 쫓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오히려 너무 안기려고 해서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행동을 보면서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이 녀석도 동물인지라 외로움을 느끼는 것인가.

매번 목줄에 묶여 있는 걸 보면서 지나치는 게 안쓰러웠는데

한 번 안아보자, 배도 만져주자, 등도 쓰다듬어주자 하면서 잠깐 놀아줬다.

나도 최근에 외로움에 사무쳐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나의 외로움은 어떤 이유에서 찾아오는가.


여자친구가 없기 때문인가.

혼자 사는 것 때문인가.

욕구가 쌓여서 생긴 불만에 대한 반작용인가.

피곤함 때문인가.

불안한 미래로 인해서인가.

어쩌면 스스로를 죄는 그 무엇 때문인가.

강박증 때문인가.

틀에 박힌 삶 때문인가.


뭔진 모르지만 순수한 백구를 보고는 나를 약간이나마 뒤돌아 보게 된다.

뭐 때문이지, 요즘 왜이렇게 우울해 했지, 그녀가 나를 보고 있지 않아서인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중에는 있는 것 같다.

잘 다스려보자.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니까.


ps 글을 쓰면서 느껴진 감정인데 외로움 또한 살아있다는 반증인 것 같다.

심박이 최고치를 향하지 않아도, 머리가 빙빙 돌지 않아도,

땀이 뻘뻘 나지 않아도,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아도.

마음의 작용 만으로도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참 고맙게도 오늘 하나 깨달았다.

근데 그게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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