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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하려 했으나 보강이 취소되어 하루가 비게 된 석가탄신일.

진정한 자덕인 나는 또 어딜 탈까 고민고민하다가 간만에 장거리나 타볼까 하여 코스를 생각해봤다.

운문댐 쪽으로 가볼까 했는데 여느때처럼 운문댐만 찍고 오기에는 좀 짧은 거리라 생각하여 예전에 딱 한 번 가본

운문령을 넘어 긴늪사거리쪽으로 해서 복귀하는 코스를 찾아봤다.

혹시나 몰라 길을 잃을까 염려하여 GPS 루트 에디터를 이용해 코스도 확인하고 가민에도 코스 파일을 집어넣어뒀다.

누적상승고도가 3,000m가 넘게 나왔는데 막상 달려보니 2,300m정도 된 거 같다.

물론 X같은 한재 때문에 죽는줄 알았지만...


라이딩을 하는 당일이어서 그런지 새벽부터 깼다.

근데.............너무 일찍 깼다ㅋㅋㅋ 3시 30분이 뭐니ㅎㅎㅎㅎ







살짝 뒹굴거리다가 도저히 잠올 분위기가 아니어서 일찍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설거지도 하고 방청소도 하고 부지런을 좀 떨었다.

배도 고프고 하니 5시 50분쯤에 나갈 생각이라 4시 50분에 먹을 밥을 걍 4시 30분에 먹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아침밥'을 먹다니ㅎㅎㅎ 미치겠다ㅎㅎ


작은 물통에 맹수, 큰 물통에 생수에 사이토맥스를 섞어놓은 물.

그레놀라바 2개, 파워젤 2개. 가볍게 밖으로 나섰다.

아직 이른 아침은 춥다. 운문댐까지 가는길에 잊고있던 톡을 보낼 일이 있어 길 중간에 서서 톡을 보내는데

손이 얼어서 자연스레 하나하나 아주 꼼꼼하고 오타가 나지 않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ㅎㅎㅎ


초반에는 살방살방 밟아나갔다.

뭐 운문령까지는 그렇게 힘들지 않게 올라갔다.

4년 전에 참석했던 도싸라이딩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든 운문령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힘들지가 않다.

빡시게 타지 않은 탔도 있겠지만 코스를 미리 알아오는 덕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의 탈피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운문령을 정복하고는 곧바로 이어지는 다운힐. 심한 헤어핀을 거꾸로 내려가는데 진짜 위험하다는 생각만 든다.

조심조심. 결국 내려와서는 배내골에 이어 얼음골로 향한다.

중간에 불교신자들이 절에 많이 오는 것 때문인지 경찰이 도로에서 차량 안내를 대신하는 걸 봤다.

허허...걍 난 뭐 가는 길을 가는 수밖에ㅎㅎㅎ


근데 배내골, 얼음골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올라갔다. 이상하네...내가 미쳤나ㅎㅎㅎ

얼음골 정상에 올라 석남터널 입구쪽에 있는 휴게소에서 삶은 계란 3개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콜라도 하나 사서 마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좋은 물이라면서 냉수를 한그릇 주셨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왜 저 삼촌은 야관문물은 안주는 겁니까?'하시길래 난 괜찮다고 했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더운날 힘들게 땀 뻘뻘흘리며 올라왔는데 뜨거운물 마시면 안될 것 같다고 안주셨단다.

나도 사실 뭐 그거 먹고 쓸 곳(?)이 어디있냐면서 거절을 했지만 걍 주시길래 마셨다.

아...그래서 그날 밤...........아...아니다.ㅎㅎㅎ

하여간 아주머니가 하시는 이야기도 옆에서 듣고 허기도 가볍게 채우고 다시 또 출발한다.

길고긴 다운힐을 하여 이제 긴늪사거리로 향하려는데 이거 24번 국도로 가면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전날 코스를 찾아보며 옛날의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며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길을 꼼꼼히 찾아봤는데

24번 국도로 진입하려는 입구의 표지판을 보고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2륜차 진입금지.







분명 24번 국도타면 되는건데 뭐지?

내가 잘못될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국도에 올라 타는데 차가 엄청 쌩쌩달린다.

야임마 너 자전거 올라오면 안돼! 하는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거 같다.

근데 그것도 그거지만 발이 너무 아프다. 클릿슈즈의 발등이 낮아 피도 안통하면서 엄지발가락에 걸리는 압력이 어마무시했다.

결국 조금 타다가 갓길로 빠져 신발을 벗고 잠깐 쉬었다.

쉬면서 네이버 지도와 티맵으로 검색하니 24번 국도를 타도 되네? 뭐지.

걍 뭐 타뿌지 뭐.

계속 달려나가는데 또 마음속에서는 이거 정말 타도 되는 길인가? 싶어 결국에는 갓길로 빠져 긴늪사거리로 향하는 방향만 맞춰서

동네 길로 이리저리 달렸다. 결국 긴늪사거리 입성ㅎㅎㅎ


세븐일레븐에서 빵 하나와 콜라 하나로 배를 또 채우는 한재로ㄱㄱ

이젠 완전 땡볕이다. 11시 조금 넘었는데 이리도 덥다니.

한재로 가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마실을 나와서 미나리를 먹으러 왔다.

나는 잔차타러 왔으니 그냥 달려야지 뭐.


한재. 아 지금도 욕이 나올 거 같지만 참는다.

세븐일레븐에서도 발이 아픈 걸 해소하기 위해 신발을 벗어두고 쉬었는데 또 발이 아프다.

근데 또 너무 힘들다. 업힐이 왜이리 기냐. 그냥 계속 탄다.

진짜 내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작년 육개령 때 끌바했던 분함을 잊지 않고 너 하나 정복하겠단 마음으로 생존댄싱을 한다ㅋㅋㅋ

지나가는 차들은 저 미친넘 하겠지만 나도 내가 또라이같다는 생각을 했다ㅋㅋㅋ

이 좋은 날에 혼자 자전거라니ㅎㅎ







겨우 한재 넘어서 팔조령으로 향하는 다운힐에 작은 진동에도 발이 뽑혀 나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다운힐이 끝나는 어느 집 앞에 신발 벗고 잠깐 쉬었다. 발이 너무 아프다.

그래도 이젠 다 끝났고 팔조령만 살방으로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에 또다시 출발했다.

발이...이젠...너무...아프다.

결국 이서편의점에서 잠깐 쉬었고, 팔조령 휴게소에서 잠깐 쉬었고, 심지어 가창 편의점에서까지 쉬었다.

이제 가면 갈수록 아픈 시점이 앞당겨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집에 와서는 빵과 콜라를 흡입하고 샤워 후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2시간 가까이 자다가 저녁에 치킨과 맥주를...


신발이 라이딩 중 제일 문제였는데 이건 다음날 아침에 처리하기로...

간만에 달린 장거리. 참 좋았다.

신발문제만 아니었으면 1시간은 앞당겼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