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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 밴드에 올라온 비로봉 번개.

현만형님이 번개를 쳤지만 참석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악명 높다던 비로봉이라니...........

나 그래도 최근에 몸 올라왔는데 한 번 가봐?

목요일부터 4일 연속 라이딩이라 데미지도 꽤 되는데...

뭐 언제는 데미지가 없는 날도 있었나?

한 번 가보지 뭐~!


이런저런 생각 끝에 참석댓글을 달았고

다음날 아침 현만형님과 나만 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공항에서 만나 이시아 폴리스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오늘 날씨는 정말 좋았다. 예술이었다.


아침 일찍은 다소 쌀쌀했으나 갈수록 햇빛이 강렬해졌다.

이렇게 타는 것도 얼마 안남았다. 더운 것도 즐겨야지.






▲ 손각대로 대충 찍은 셀카샷.


셀카 잘 찍는 분들 보면 부럽다.

피사체를 어떻게 프레임 안에 적절하게 넣지.

내공인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파계사를 정복했고,

쉬는 것 없이 곧바로 한티재로 향했다.






▲ 현만형님과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한티재를 정복했다.


한티재 라이딩 도중에 어떤 라이더 한 분을 만났는데,

알고보니 인라인을 타셨다고 했다. 다리근육이 장난이 아닌 이유가 있었어.

그러나 아직 사이클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효율적으로 타는 방법을 깨우치진 못한 것 같았다.

얼마 안있으면 선수가 되어있겠지?






▲ 보급 중.


휴게소에서 핫바와 콜라, 내가 가진 보급식으로 보충을 하고는 현만형님의 아미노바이탈을 얻어먹었다.

아......................이제 비로봉 정복은 쉽겠................................................을까? 뭐여......

하여간 모든 걸 든든히 채우고는 한티재 다운힐을 했다.

근데 이거 왜이리 춥냐. 진짜 얼겠다 얼겠어. 이놈의 다운힐은 왜이리 긴지...


제2석굴암을 지나치고 쭈욱 페달링을 하다보니  '쉬었다 가세요'라는 간판이 보인다.






▲ 정말 쉬었다 갈까?


이 간판이 보이면 우회전해서 오르면 된다.

이 간판이 보이기 전에 현만형님은 저 높은 산꼭대기를 가리켰는데

거기에 군부대인지, 아니면 방송국 송신탑(?)인지. 뭔가 애매한 건물을 가리키며


저도 비로봉 처음왔을 때 설마 저기가 정상인가 했는데 저기가 정상이었어요

평화


말도 안됐던 건 거기에는 구름이 걸쳐져 있었다.

뭐여, 여기가 알프듀에즈여? 몽방뚜여? 이걸 우에 하라는겨.

그래도 초초살방모드로 업힐을 천천히 올라간다.

기어 다 털고 풀이너로 올라간다. 아니 그렇게 해야된다.

더군다나 나는 스탠다드라서...


입구 초반부터 빡시지는 않다.

그냥 살방살방 오를 수 있는 얕은 언덕과 평지의 적절한 콜라보레이션.

중간중간 섞여있는 7~10%의 짧은 업힐뿐.


그러나 여기서부터 오버페이스를 밟으면 게임 끝이다.

조용히 올라가라. 감히 도전하지 말고...


잘 오르다가 갑자기 현만형님.

포토존이요.

얼른 내려서 사진을 남긴다.






▲ 모델은 나인디 뭔가 흐음...


원래는 반대방향에서 찍었는데 역광이라 영 아닌 것 같아 이걸 올렸다.

다리를 지나는데 저 아래쪽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정말 미관이었다.

촌놈인 내가 보고 놀랄 정도면...그냥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꼭 봐야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중간중간에 오르다가 무슨 절도 보였다.


아이고, 부처님

업힐에서 죽지 않게만 해주세요


길은 최정산 보다는 좋았다.

그리고 누구는 업힐이 그냥 쭈욱~ 이어져 있어서 힘들다 했지만

중간중간 짧은 평지나, 얕은 언덕이 섞여있어서

어떻게든 쉴 수는 있는 구간이 많았다.

내가 너무 걱정을 했나...

하여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나았다.






▲ 난생 처음 본 20% 표지판.


이건 도저히 올라가면서 찍을 용기가 없어 내려오다가 찍었다.

표지판이 20%라는 건 실제 경사도는 그 이상이란 말인데.

최정산에서 18%를 본 이후 더 높은 경사도는 이게 처음이었다.

아..............시옷 비읍.


그래도 꾸역꾸역 밟아나간다.

중간에 버스와 화물차와 일반 승용차가 주차되어있는 구간을 지나갔다.


엥? 차가 여기 왜 있지?

어떤 아주머니께서 우릴 보더니 놀라신다.


우와! 여기를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시는 거예요?

어디까지 가세요?

정상까지요!

히익! 정상에 군부대까지요?

예!!


아주머니 눈에는 우리가 미친 놈들로 보였으리라.

미쳐도 좋다. 달릴 수만 있다면...

중간중간 승용차가 몇 대 올라갔는데 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재밌는 생각으로 애써 고통도 지워보고자 노력도 해봤다.

어떻게든 오르고 오르자 이제 길가에 푯말이 보인다.


군부대 2.0km


세워아 네월아, 형님과 농담을 따먹으면서 왔는데 얼마 안남았네.

헤어핀을 거치며 간간히 보이는 군부대 건물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래도 여기서 기쁜 마음에 오버페이스를 밟으면 안된다.

페이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신줄을 꽉 잡아야 한다.

푯말이 또 보인다.


군부대 1.0km


옆을 봐도 같은 키의 산이 없다.

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웬만해선 낮은 산으로만 보일 뿐.

대단하다. 내가 대단하다.

미친 것 같아. 정말로.

어떻게 내가 여길 올라올 수 있지.

아니 어떻게 올라갈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남은 1.0km에서는 정상에서 더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안보인다.

진짜 끝인가보구나.

오른편으로는 사람이 산을타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계단이 보이고,

위로는 억새풀인지 갈대인지는 모르지만 누런 들판이 산들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아.........진짜 소름 돋을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구나.

최정산에서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푸르름을 눈으로 보았는데,

비로봉은 차원이 다른, 자연에게 느낄 수 있는 숭고함, 엄숙함, 무게감.

내가 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어휘로는 말하지 못할 그러한 느낌을 얻었고,

쾌감과 환희에 젖어들었다.

난 미쳤나. 왜 이런곳에 오려고 했나.

근데...................정말 좋다. 피가 샘솟아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여기를 자동차를 타고 오면 이런 느낌이 날까?

아닐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와야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게 있는가 보다.






▲ 남는 건 사진 뿐.


사람들이 간간히 올라오긴 했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은 보지를 못했다.

단 우리뿐. 둘다 미쳤는갑다.

아자


이제 다운힐을 해서 밥을 먹으러 가야겠더라.

배가 너무 고프다. 아까 한티재에서 먹었는 게 벌써 소화가 다 되고,

방금 먹은 보급식 까지도 내 봉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조심조심 다운힐. 근데 여기 산속이라 무지 춥다.

진짜 덜덜덜 떨면서 내려왔다.


내려오고 얼마 안지나 콩국수 맛있게 하는 집에서 곱배기로 배를 채웠다.






▲ 콩국물이 걸쭉한게 일품이었다.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잠깐의 휴식 후에 한티재를 거꾸로 오르기 시작했다.






▲ 나를 잘 끌어주신 현만형님.


비로봉을 지나쳐서 그런지 힘들긴 해도 역치가 올라갔나?

아니면 기어를 다 털고 올라가서 그런가?

살방살방 오르니 어느새 휴게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현만형님은 아들의 호출(?)에 곧바로 다운힐을 하여 집으로 복귀.

나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자 휴게소에 들려서 숨을 돌렸다.

다시 다운힐을 하여 집으로 곧바로 복귀...할까 했지만

약간이나마 상승고도를 높여보려고 다시 파계사로 직진.

이래저래 꾸역꾸역 밟아나가서 파계사 도착.

다시 다운힐을 하여 레드도트에 들려서 지난 번에 주문했던 공구가 있나 물어보고는

없다는 말을 듣고 다시 그대로 복귀.


집에와서 초코우유, 콜라를 흡입하고 찬물로 다리를 쏘여준다.

잠깐 앉아있다가 릴렉스 젤을 이용해 다리를 마사지 해주고는 다시 휴식을 취한다.

이후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하여 1시간 30분의 낮잠을 취하고,

다시 일어나서 샤워를 깨끗이 한다.


아, 개운해.






▲ 오늘 기록은 정말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거리는 100km를 조금 넘는 짧은 거리(잉?)지만 상승고도는 그냥 뭐 답이 없다.






▲ 상승고도를 보시라.


가민으로는 1,041m가 나왔는데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하기는 하겠지.

어쨌든 저쨌든 악명 업힐 비로봉. 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