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자전거로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다.

초반에 고정롤러에서 시작해 그 다음에는 아무 도움없이 평롤러에 올라서 혼자탔고,

결국 지금은 평롤러에서 댄싱까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면서 일요일이면 다른 분들과 중거리나 장거리를 함께 뛰며 지방과 몸 사이즈는 줄어들면서

실력이 느는 걸 피부로 느꼈다.


결국 사장님께서는 대회에 나가 볼 것을 권유했고, 나도 자신감이 옛날에 비해 다소 상승한 느낌도 있고

내 인생에 있어서 몸으로 남들과 경쟁하는 대회는 처음이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신청을 했다.


대회명칭은 '제1회 영주 죽령 힐클라임 자전거대회'였다.


영주. 내 고향은 봉화. 봉화 옆 영주.

중학교 때 다니던 학원도 영주에 있었고, 막내이모도 영주에 계시고,

중고딩 시절 오락실 원정을 가는 곳도 영주에 있어서 마음이 다소 설렜다.

아예 모르는 장소라면 덜 그랬을텐데.

우하하


어쨌든 10월 20일 토요일. 대표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5시에 칼퇴근.

집에 도착한 나는 메신저백에 물품을 모두 챙겨넣고는 브라더스로 향했다.




▲ 브라더스의 밤은 느낌이 좋다.


난 매번 아침이나 점심쯤에 와서 그런가.

밤에 도착한 브라더스는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느낌이 상당히 묘했다.

예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하고, 분위기 있기도 하고...(다 비슷비슷한 말 )




▲ MTB계의 끝판대장.


나는 MTB를 잘 모르지만 휠과 잡다한 부속품만 봐도 그 포스를 알 수가 있다.

거기에 난 가변싯포스트라는 걸 이 자전거를 보고나서 알았는데...하여간 대단한 자전거다.

가격도 대단하고, 주인어르신도 대단하다.




▲ 아침부터 조립하고 있던 예티(YETI) 자전거.


사장님께서는 오늘 하루동안 이것만 조립하신듯 하다.

엄청 바쁘셨는듯..........^^




▲ 파워젤.


이거 먹는다고 마린이 스팀팩 맞고 빠르게 뛰고 빠르게 총쏘는 것처럼 되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 몸에 필요한 주성분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먹는 것이다.

또한 거의 액체에 가까운 젤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에 흡수 속도도 빠른 편.

하지만 먹고는 입을 행궈줘야된다. 다소 끈적거려서 숨쉬기가 힘들기 때문...^^




▲ 태사 가방과 내 메신저백.


옛날에는 몰랐는데 살이 엄청빠지고 난 후에 가방을 메고 달려보니 '내가 옛날엔 어떻게 자전거를 탔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지에서의 가속은 더 잘되는 편이지만 멈췄다가 출발할 때에 힘이 너무 많이 들고, 언덕은 말 안해도 알듯. 그냥 꽝이다.

몸을 가볍게 하는 게 구동계 몇 십만원 또는 몇 백만원 주고 업글하는 것 보다 효과가 더 좋다.




▲ 자동차 제공과 운전사 역할은 사장님 여자친구께서 해주셨다. 고맙습니다.♡


차에 싣기 위해 앞뒤휠과 안장까지 모두 빼버리고 최대한 밀착하여 넣었다.

사장님의 노하우가 아니었으면 넣는 것 조차 많이 힘들었을듯...




▲ 태사 어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과 흐뭇해 하는 태사와 나.


밥먹자


나는 저녁도 못먹고 샵으로 바로 달려온터라 위에 구멍이 날 정도로 배가 고팠다.

다행히 태사 어머니께서 도시락을 싸주셔서 달리는 도중 휴게소에 내려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소고기 김밥, 참치 샌드위치, 그리고 이름 모를 달달한 그것, 포도, 작은 사과, 바나나. 거기에 음료수.

거기에 사장님 여자친구께서 너무 춥다면서 우동도 사와서 정말 맛있고 배부르고 따뜻하게 저녁을 먹었다.


이후 자동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영주에 도착. 내가 다행히 길을 알고 있어서 영주역 쪽으로 가서 모텔을 몇 군데 찾아봤다.

하지만 '잠잘 방은 없다.'라고 말하는 곳도 있었고( *-_-*), 방이 아예 하나도 없다는 곳도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역시나...내일 자전거 경기로 인해 방이 꽉 찼다고 하더라.

어찌어찌 돌고돌아 살짝 허름한 여관에 갔는데 다행히 방이 있었다.

태사와 나, 사장님과 여자친구. 이렇게 방을 두 개를 얻어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원래 먹는 것, 자는 곳 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유난히 이 날은 잠이 오질 않았다.

최근 너무 외로운 것도 있었고, 또한 내일 경기에 대한 긴장감이 은연 중에 나타나서인가.

눈을 붙인지 5분도 안되어서 잠에 떨어진 태사에 비해 나는 20~30분 정도는 잠이 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쩌다 잠에 떨어질 참이면 다시 잠에서 깨고...다시 잠에 떨어졌다가 깨고...

대충 3~4번 정도는 깼던 것 같다. 결국 잠에서 깬 상태로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가 알람이 울렸다.


의외로 잠은 많이 못잤는 것 같은데 피곤기는 전혀 없었다.

얼른 일어나 아침일을 보고 세수를 했다.


우리 일행은 아침밥을 먹으러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결국 굴국밥 집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경기 전 아침은 고기(원래는 뼈다귀 해장국을 먹으려 했었음)를 먹으면 근육에 그리 좋지 않다면서

무난하고 다소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기에 결국 굴국밥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래도 빈속이 어서 그런지 따끈하고 짭짤한 굴국밥이 정말 맛있었다.


다시 차를타고 영주교를 통해 행사장에 들어왔다.

차도,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다소 초반에 와서 그런가...


일단 주차를 해놓고 배번을 확인하러 갔다.

태사는 주니어부 39번. 나는 시니어부 73번.

기념품으로 FOX저지를 받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회사이트 공지에는 FOX저지였는데 막상 받아보니 FOX가 아닌 FDX 저지였다.)

부글부글




▲ 태사와 나.


여기는 MTB 출발지점이고, 사이클 출발지점은 대략 비포장도로 200m를 걷고 나서 출발지점이 있었다.


여기서 약간의 불만이 있었는데 출발해서도 대략 15m 정도의 비포장도로였다.

거기에 비포장이 언덕으로 되어있어서 다행히 태사나 나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나중에 들리는 말로는 넘어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기사 나도 비포장 언덕 올라가면서 뒷휠이 헛돌고 앞휠이 들리기도 해서 얼마나 심장이 쫄깃해졌던지...


다시 시점을 출발 전으로 돌려서...


번호표를 달고는 무작정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대단한 사이클 장비들도 보고 몸푸는 사람들도 구경했다.

거기에 계속 차량도 들어오고 MTB를 타는 분들도 들어오고...뭔가 어수선하면서도 긴장되는 그러한 공기가 흘렀다.


기다리다 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차량이 진입. 만진 형님이었다.

내리는 분들은 같이 타는 분들이었던 것 같다. 근데 난 한 번도 본적이 없음.

그랬구나


만진 형님에게서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리커버리를 얻어먹고는 계속 대기.


일정에는 8시에 시작한다고 했으나 9시가 되서야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막상 출발 전이 되니 긴장이 되어서 그런가. 소변이 엄청 마려웠다.

결국 축사 도중 화장실에 갔다왔으나 대략 10분 만에 다시 소변이 마려워졌다.

헐..........................몸은 안떨리는데 소변은 왜..................뇌가 미쳤나.


다행히 위에서 말한 비포장 도로를 가는 도중에 화장실이 있어서 얼른 들어가서 일을 봤다.

사이클은 출발을 단체로 하여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랭킹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스탭이 'm번부터 n번까지 출발하세요~'라고 하면 1분 내에 출발하여

시작할 때의 시간과 도착할 때의 시간으로 랭킹을 매기는 방법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개인 타임트라이얼(TT)이라고 보면 되는 그러한 경기다.


어쨌든 출발하자마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기어비에서 적당히 높은 RPM으로 무리를 하지 않고 워밍업 겸

다른 사람들의 RPM과 기어비, 속도를 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고고씽


막상 1km도 안가 얼른 치고나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나도 일단 피를 빨고 보자는 심산으로 얼른 뒤에 붙었다.

이어 내 뒤에도 4~5명 정도의 인원이 붙어 한 그룹이 형성되었다.

그 상태로 쭉 달리다가 앞에 있는 사람들이 살짝 지쳤는지 속도가 떨어졌다.

결국 내 뒤에 붙었던 사람들이 어택을 하기 시작.

이 때 내가 어택하는 그룹 뒤에 따라 붙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그 상태로 있었다.

속도가 점점 떨어져 30km까까이 떨어지자 아차...싶어서 아까 어택한 그룹을 향해 다시 어택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떨어져있어서 가까이 붙기 힘들긴 했지만 체력이 다소 떨어졌다.

결국 피를 쭉쭉 빨면서 최대한 붙었다. 하지만 어택을 하면서 체력이 다했던 이유일까.

나는 차츰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독주가 되기 시작. 앞을 보니 독주하는 인원이 꽤 됐다.

그래도 나는 꾸준히 탄 경험이 있는데~

토닥토닥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사람이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하나, 둘 제끼며 시멘트 포장길로 진입했다.

시멘트 포장길은 너무 타기가 싫었다. 아스팔트처럼 평평하지 않고 표면이 오돌토돌하여 진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만 열심히 달렸다. 레오파드 팀복을 입은 어떤 뒤에 붙어 체력을 충전하며 피를 빨았다.


달리다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길이 나타나네?

아, 이제부터 업힐이구나 하는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 길이었다. 내가 예전에 답사를 왔던 그 길.

바람막이를 대신 해준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다시 댄싱으로 치고 나갔다.


언덕이 되니 나를 포함한 많이 사람들이 속도가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쩔 수 있겠는가. 힘들어도 가야지 뭐...

부글부글


댄싱과 시팅을 번갈아가며 막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냥 그 상태로 쭉쭉 올라갔다. 죽령 업힐이야. 너무 지루해서 문제지.

특별히 적을 것도 없다. 계속 올라가서 골인.




▲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는 시점의 반대쪽에서 보는 피니시 지점.


저기 바닥에 깔려있는 고무판을 밟으면 끝나는 건데 난 왜 저 앞에서 속도를 안냈던건지...허허...




▲ 주니어부 39번 곽태사 피니시.


5위로 들어왔으나 1위로 들어온 학생이 선수등록이 되어있어서 시상식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4등으로 등수 올라감.




▲ 시니어부 73번 안성훈 피니시.


초점이 좀 흔들렸다. 정중앙에서 왼쪽에 시커먼 옷을 입고 있는 나. 15등이었다.




▲ 올라와서 다정하게 찰칵~


올라와서 몸이 빠르게 식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어서 바람막이를 입었다.

근데 계속 있다보니 얼마나 덥던지...




▲ 만진 형님과 여자친구.


아...부럽...

엉엉




▲ 예전에 올라왔던 정상은 상당히 추웠다. 근데 오늘은 엄청 덥더라.




▲ 갈 곳이 많군요. 나중에 차 생기면 애인과 함께......................................아..............




▲ 시상대. 나중에는 나도 저기에 설 기회가 생기겠지.^^




▲ 사장님과 여자친구.




▲ 시간이 지나자 차가 점점 많아져 결국 교통통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




▲ 나를 위해 고생해준 내 자전거.


뒷 타이어가 쪼오~금 갈라지긴 했지만 다행히 사고는 안났다.

다음에 샵에 가면 얼른 갈아줘야지.




이번 대회를 마치고 나니 참으로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아쉬웠던 점을 좀 적어보자면...




1 - 차량 통제


나는 적당히 일찍 들어왔기 때문에 차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은 크게 없었다.

언덕을 올라가는 1/3 지점쯤에서부터 차가 한두대씩 내려오긴 했지만 위협을 느끼는 일은 결코 없었다.

피니시를 하고 나서 마냥 기다렸는데 자동차들이 많아지더니 결국 병목현상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뒤로 들리는 소리로는 사고가 났다고도 하던데...)


어쨌든 단풍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이 많았던 터라 이런 현상이 발생했던 것 같다.

뭔가 다른 대회를 벤치마킹하여 좋은 결과를 보여줬으면 괜찮았을텐데...




2 - 코스


출발지점도 불만이었고, 코스가 너무 평지위주라서 약간은 불만이었다.

언덕에 비해 평지가 너~~~무 길다. 길어...




3 - 기념품


좋은 거 안바란다. 근데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지.

대회사이트에는 가슴팍에 FOX, 목부분에 FDX라고 적혀있던거라 누구나 'FOX저지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막상 받아보니 가슴팍에 적혀있는 로고는 없고 목에 FDX만 덩그러니...쩝...씁쓸하구만.




그래도 처음 출전하는 대회 치고는 상당히 만족한다.

겨울에도 꾸준히 롤러 타주고, 내년에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 또 빡시게 타봐야지.



아래는 굼디 바이크(http://cafe.daum.net/freeMTB)에서 찍은 사진. 좋은 사진 고맙습니다.

앗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