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무주 그란폰도가 성공하고 나서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그란폰도라는 명칭이 붙은 대회가 많아졌다.
굳이 그란폰도를 안붙여도 될만한 코스인데도 그란폰도라 하니 답답할 노릇.
덧붙여 사이클 대회도 수가 적어짐에 따라 대회를 갈망하는 라이더들은 똥줄이 타기 시작한다.
이러한 라이더들에게 단비와 같은 그란폰도라 할 수 있을만한 대회.
백두대간 그란폰도.
출발점이자 종료점인 동양대학교에서 출발해 옥녀봉, 윗윈터고개, 귀내기고개, 저수령, 직지채, 죽령을 정 to the 복하는 코스이다.
거리 120km, 누적상승고도 3,500m(라고는 하나 쫄지마시길. 가민으로 측정해보니 대략 2,700m 정도 나옴.)인데
일단 결론부터 내려보자면 평소에 꾸준히 라이딩을 하거나 라이딩을 하기 위한 근육을 만들어 놓은 라이더라면
충분히 컷오프를 안당할 거라 생각한다.(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간당간당하게 10~20분 여유를 두고 들어올수도...)
개인적으로 조심해야 될거라고 생각하는 오르막은 딱 세 개 뿐이다.
첫 번째가 옥녀봉, 두 번째가 저수령, 세 번째가 죽령.
나머지는 고만고만하거나 노가리 맛있게 까면서 올라가다 보면 어머낫? 여기가 끝이야? 할거니까.
일단 옥녀봉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무서운 코스이기도 하지만 첫 번째로 만나는 업힐이기 때문이다.
대회에 나가면 모두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공기가 자체가 아드레날린이다.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굉장히 들떠 초반부터 대다수가 땡기기 시작한다.
어쩌면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를 밟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앞질러 간다 해도 그냥 냅두는 게 제일 좋다.
그냥 앞 사람 조심하며 가민의 수치만 보고 판단해라. 평소에 자기가 가는 페이스를 반드시 유지할 것.
또한 나를 포함한 라이더들 중에 언덕에서 앞에 사람이 있으면 꼭 따고야 말겠다는 분들이 있을 텐데 워워~
제발 그러지 마시길. 난 지난 번에 옥녀봉에서 끌바했음. 아놔 진짜 몇 년 만에 끌바인지.
진짜 힘들면 풀이너 털고 살방살방 오르는 게 최선. 첫 번째 업힐이니까. 괜히 무리했다가 남은 코스에서 흐를 수도 있다.
그리고 다운힐 조심. 답사 갈 때나 지난 소백산 그란폰도 때는 그리 위험한 걸 몰랐는데 사고가 많이 났나 보더라.
우린 프로가 아니니 다운힐은 진짜 조심! 또 조심!
그리고 나서 아마 지루하게 이어지는 평지였던 것 같다. 페이스가 맞는 사람이랑 적당히 로테이션 돌려가면서 가면 되고.
뭐 무슨 고개 두 개를 넘었던 거 같은데 사실 기억이 크게 안난다.
다시 어찌어찌 달리다보면 저수령으로 들어서게 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한티재에 마지막 헤어핀은 헐티재의 마지막 그것을 똑같이 베끼고 좀 더 길고 급한 커브로 만들어 놓은 느낌?
고도도 코스에서 제일 높은 곳이니 역시 초반부터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페달링을 해가면서 올라가면 된다.
힘들면 와리가리(지그재그)를 해서라도 올라가야 된다. 끌바는 제발...
끝날 것 같지 않은 헤어핀을 오르다 주변에 더 높은 산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정상이다.
아마 좀 추을 것이다. 답사 때도 추웠는데 답사 날보다 더 늦은 날이니 춥지 않은 게 비정상.
다시 짧은 다운힐 후에 짧은 오르막.
마지막 죽령으로 향하는 길. 아마 이 부분에서 어떤 장소였는지 모르지만 풍경이 정말 예술이다.
촌놈인 내가 봐도 우와 죽인다고 할 정도니 차가운 도시의 남자들이라면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좋다.
괜히 경치보다가 사고나면 안되니 조심! 도로도 나름 좋아 기분이 상콤하다.
그리고는 마지막 죽령.
죽령이 힘든 이유는 경사도나 다른 이유보다 '마지막 업힐'이기 때문이다.
앞서 많은 언덕을 올랐으니 죽령은 꾸준히 밟는 방법 밖에.(뭐 모든 업힐이 똑같구만!)
그냥 헐티재 하나 오른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죽령도 끝날듯 끝나지 않는 끝날 것 같은 코스다.
역시 정상은 추울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운힐은 조심해라.
일단 다운힐 길이가 팔조령 정상 찍고 청도 내려가는 길보다 더 길다.
그리고 커브가 더 심하다. 또한 더 춥다.
게다가 상당히 지친 상태라 집중력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시길.
다운힐 다 끝나면 평지 조금 타다보면 끝.
어차피 도로야 어느정도 통제를 해줄거니까 신호걸릴 걱정이 없을것으로 추정.
들어오면 진짜 좋은 추억이 남지 않을까 한다.
ps 대회 자주 나간 형님의 경험이 있는데 그게 무엇이냐.
일단 수건, 슬리퍼, 반바지, 반팔, 얇은 잠바 정도는 챙겨가고.
페트병에 수돗물 담아서 3~4개 정도(혼자라면 1~2개 정도면 충분함)들고가서
라이딩 다 끝나고 그냥 주차장에서 옷 갈아입으면서 머리에 물 뿌리고
맹물로 머리 감듯이 소금기만 제거해주고 수건으로 잘 닦아주면 된다.
동양대학교 주차장이니 옆에 건물이 있어서 수돗물을 굳이 담아가지 않아도 되지만
2,00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하니 화장실에서 씻을 생각하지 말고 페트병에 물을 담아가지 못할거라면
일단 페트병이라도 가져가는 게 최선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괜히 찝찝하게 옷 그대로 입고 다니지 말고 편하게 트레이닝복 입고 다니는 게 좋음.
처음 대회 때는 갈아입는 거 귀찮아서 안갈아 입었더니만 이번 답사 때는 갈아입고 댕기니 무척이나 좋더군.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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