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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금, 토. 모두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로라만 내내 돌리다가 맞는 일요일.


아침 운동 겸 미션을 수행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파계사, 한티재, 전쟁기념관.

거리를 재어보니 대충 90km 정도 나온다.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다.

바깥을 보니 많이 캄캄하다. 다섯시 반인데.

해 뜨는 시간도 짧아지고 날씨도 많이 선선해진 게 뭔가 아쉽다.

더위가 떠난 건 좋지만 떠나면서 다른 걸 같이 가져갔나. 뭔가 허전하다.


잠깐 쉬었다가 종두님하고의 약속이 있어서 대구공항으로 나간다.

삼십분 정도 딱 맞추면 되겠지 했지만 삼십오분 정도 걸리더라.

다음에는 사십분을 생각하고 좀 더 일찍 나가야겠다.


막상 나가보니 종두님은 계셨다.

잠깐 기다리다 전화를 하니 뭔가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더라.

십분 정도 후에 저 앞에서 날 보고 아는 척을 하신다.

잠결에 자기가 약속을 취소했는 걸로 생각하고 다시 잠을 잤다고 하시네.

뭐 그럴수도 있지.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며 파계사로 향한다.

그런데 종두님. 아침을 못드시고 그냥 나오셨단다.

힘이 안나셔서 뒤로 조금씩 흐르셨다.

아침 다 챙겨먹으면 엄청 잘 타실 것만 같은 분위기.


옛 기억을 더듬어 파계사로 향했는데 확실히 옛날하고 다르다.

힘들긴 하지만 옛날 만큼은 아니었다.

옛날에는 경사도도 상당히 가팔라 보였는데 지금은 그정도 까진 아니다.

성장한 기분이 들어 흐뭇해했다.


CU편의점에 들어가 게토레이를 두 개 구입했다.

원플러스원이라 하나 더 받기까지.

하나를 주르륵 마셔줬는데 종두님 안오셔서 마중나가려고

십미터 정도 내려갔는데 마침 올라오시는 종두님.

같이 올라와서 종두님 뻗으셨다.

빈속에 타니 그럴 수 밖에...


사놓은 게토레이 드리고 같이 흡입하고 몇 마디 나누고는

종두님은 예배드리러. 나는 한티재를 향해서.

서로의 갈길을 향해 찢어졌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다. 다운힐에 살짝 떨 정도니.


한티재 입구부터 천천히 밟아나간다.

의외로 페달링에도 문제 없고 힘도 잘 났다.

안개가 살포시 산에 걸쳐져 있는 것도 멋있고

내가 그 사이를 달려가는 것도 멋있어

라이딩 중간 카메라를 꺼내 몇 장씩 담아냈다.


예전이라면 힘들었을 부분도 이상하게 오늘은 잘 올라가게 되더라.

올라가면서 차도 많지 않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이 산이 내 것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한티휴게소 직전 깔딱 업힐에서 으이햣~ 기합을 넣으며 힘으로 밟고 올라선다.

그리고 휴게소 도착.

한티휴게소는 헐티재 정상과 다르게 정상에 도착하면

항상 라이딩하고 쉬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오늘은 MTB가 주를 이루었고 그 사이에 싸이클 하나가 있다.

자전거를 거치해놓고 콜라 하나를 사와서 벌컥벌컥 마신다.

키야. 죽이는데.


화장실에 가서 일좀 보고 인증샷을 찍고 내려온다.

습기가 많아서 그런가. 브레이크에서 굉음이 난다.

거기에 진동까지 생겨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렇게 몇 분을 내려가면서 브레이크를 잡았다 놨다를 반복.

결국 소리가 안나게 되어 한시름 덜었다.


'한티재하고 파계사 탔으니 거의 끝난 거나 다름없지'하며 앞산공원으로 향한다.

예전에 한 번 와봤으나 전쟁기념관이 어딘지 몰라 네이버 지도로 꼼꼼히 길을 체크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더라.

결국 이런저런 좁은 길로 들어가 지나가는 사람에 물어 앞산공원으로 향했다.

잠깐의 가파른 언덕이 있었는데 느낌상 18% 정도는 되어보이는 언덕이 있었다.

힘이 없었으면 끌바를 했을지도 모르는 수준.


결국 앞산공원을 찾았고 전쟁기념관을 찾아가 인증샷을 힘겹게 담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살짝 기을 헤맸지만 그래도 알아볼 수 있는 큰 길이 나와 집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는 어제 사놓은 초코우유, 빵, 웰치스로 보충을 해주고는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탈 수 있는 날도 얼마 안남은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