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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부산까지의 짧은 여행기

category 자전거/라이딩 기록 2010. 8. 30. 00:13
평생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이번 휴가 때 좀 자극적인 휴식(?)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짧은 자전거 여행. 장소는 대구에서 가까운 경주, 포항, 부산, 울산 등등을 생각했다.
다행히도 휴가 이전부터 부산에 있던 재명이와 연락이 계속 되었던 터라 부산을 목적지로 잡았다.

이후 휴가 전까지 간간히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와 느낀점, 루트 등등을 검색해서 찾은 후
내가 휴가 때 부산으로 어떻게 갈건지를 모두 정했다.

23일부터 25일까지가 휴가였는데 23일은 대구에서 부산까지 가는 것만 하는 날.
24일은 부산에서 관광.
25일은 집으로 복귀 후 체력충전.

이렇게 잡았다. 자, 그럼 사진 고고씽~




▲ 최소한으로 준비한 물건들이다. 양갱, 파워에이드, 지도, 전조등, 후미등, 칫솔, 반팔, 반바지, 속옷, 디카,
스포츠 글래스, 휴대용 펌프, 비상금, 여분의 튜브, 펑크 패치, 핸드폰 등을 가방에 담았다.





▲ 출발하기 직전 집 앞에서 찍은 사진. 이때가 대충 아침 6시 20분 쯤이었다.





▲ 본인 인증샷~ 국대 저지는 KOREA라는 단어가 가리면 느낌이 안살기에 그냥 자크루 핑크저지 입고 나왔다.





▲ 원래 자전거 타면서 휴식은 잘 안하는 스타일이지만 장거리는 처음이라 1시간 주행. 10분 휴식을 원칙으로 달렸다.
여기는 가창 어딘가...아직 아침이었기에 안개가 자욱했고, 그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 앞으로 내가 계속 나아가야 할 도로다. 물론 차도로 달려야 한다.





▲ 휴식 도중 뭔가 없는 거 같아서 살펴보니 물통이 없는 것이었다. 아.........





▲ 진짜 한 5분 정도는 패닉 상태에 빠졌었다. 앞으로는 진짜진짜 준비 철저히 해서 나와야겠다.
아무래도 들뜬 마음에 빨리 가고 싶어서 안챙기고 나왔는 거 같다.





▲ 가창에서 주욱 앞으로 계속 달리면 팔조령 옛길(좌측)과 팔조령 터널(우측)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만약 내가 마실나온 경우였다면 당연히 옛길로 올라가야 겠지만
 여행을 하는 터라 위험을 무릅쓰고 팔조령 터널로 갔다. 물론 걸어서!
이 사진은 팔조령터널을 통과하고 나서 찍은 사진이다.





▲ 내가 만약 100km는 거뜬히 밟을 수 있는 JS라면 당연히 차도로 달려왔겠지만 나는 완벽한 사람이기에 차도가 아닌
사이드쪽에 있는 부분으로 걸어서 왔다. 정확히 말하면 걷다가 너무 멀어서 자전거로 살살타고 왔다.
여기를 통과할 때는 앞을 아주 유심히 보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블럭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울퉁불퉁했고 바닥에 잡다한 장애물도 많았고,
바닥에서 철근이 튀어나와 90도로 서있기 때문에 펑크는 고사하고,
휠셋이 휘어버릴 위험까지 간다는 점 때문이다. 안전은 지나쳐도 나쁘지 않다.





▲ 팔조령 터널을 지나치고 나오니 정말 장관이 펼쳐졌다. 이 때도 아직 아침 8시가 되기 전 쯤으로 기억나는데
내 눈높이보다 낮은 위치에 자욱한 안개가 주욱~ 펼쳐져 있는 게 정말 멋있었다. 원래는 팔조령 터널에서 나와서 조금 가다가 찍으면
더 멋있게 나오는데 너무 앞으로 나와서 되돌아 가기가 귀찮아 그냥 거기서 찍어버렸다. 그래서 살짝 가려졌다.
좀 아쉽긴 했지만 이후 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라 빠른 속도에 심취해 이런 건 그냥 잊어먹게 되었다.





▲ 갑자기 또 다른 사진~





▲ 일단 짐은 잠시 풀어놓고...





▲ 청도에서 밀양으로 가는 도중에 있던 개울이었다.





▲  원래는 더 가다가 쉬려고 했으나 갑자기 개울이 보이기에 발을 담구고 싶어져서 좀 일찍 쉬었다.
막상 가까이 가니 옛날 내성천이 생각나더라.





▲ 저 도로가 내가 달려왔던 도로다. 게다가 날씨가 더워서 그랬나? 물이 생각보다는 시원하지는 않았다.
많이 차가울 줄 알았는데 미지근한 것보다는 시원하고 차가운 것 보다는 따뜻한...그 정도의 온도였다.





▲ 그래도 여기서 발도 씻고, 세수도 하고, 코도 풀고, 방뇨도 좀 하고 (*-_-*) 좀 앉아 있다가 갔다.
마음 같아서는 몸까지 담그고 싶었지만 그럼 장거리를 뛰기에 좀 애로사항이 있을 거 같아서 참았다.





▲ 다리가 많이 탔다. 막상 보면 진짜 엄청 까만데 사진이 영 이상하게 나온듯 하다.





▲ 다시 출발하기 전 인증샷~





▲ 밀양가기 전 사거리에서 휴식을 좀 취했다. 너무너무 더웠다. 진짜 미칠 거 같았다.
파워에이드도 떨어지고 물도 다 마셨던 터라 이것들을 새로 사기 위해 좀 앉아있었는데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도로에 있던 전광판에는 '폭염주의보'라고 나오더라. 후덜덜...





▲ 우리 팔팔이. 니가 참 고생이 많다~





▲ 내가 음료수를 사려고 했던 편의점. 여기가 딱 쉬기 좋았던 거 같다.





▲ 갑자기 또 뜬금없는 사진. 아마 여기가 밀양에서 진영쪽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었던 거 같다.
팔조령 옛길의 오르막처럼 한도끝도 없는 오르막이 계속 되다가
저 오르막 차로 끝이라는 표지판을 보고는 진짜 눈물이 날 거 같이 기뻤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 좀 안덥고 그랬으면 중간중간 사진을 많이 찍었겠지만
사진 찍으려고 중간에 멈추는 게 더 힘들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내가 이쪽으로 올라왔고...





▲ 요기 쪼금만 더 올라가면 오르막이 끝이라는 얘기다. 오르막이 끝이면? 그다음은 쾌감이 충만한 내리막이라는 거~





▲ 진영가기 2km 전 겉으로 보기에 살짝 허름해 보이는 국수집에서 말아먹은 열무국수였다. 진짜 시원하고 나름 맛있었다.
이상하게 더워서 그랬나, 체력을 많이 써도 배는 안고팠다.
하지만 나중에 고파질 건 당연하였기에 시간 맞춰 챙겨먹었다. 저건 곱배기인데 4천원.
실수로 사진을 안찍었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는 가게를 알고 있으니 나중에 또 부산가다가 사먹어야지~





▲ 진영에서 창원으로 가는 길목이었던 거 같다. 근데 진짜 이때 더워도 너무 덥더라.
그냥 있어도 더웠는데 주변에서 같이 달리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아...............그냥 묵묵히 달렸다.





▲ 이미 얼굴은 빨갛고 까맣게 달아올랐다~





▲ 아.....창원이다 (T_T)





▲ 아마 이때부터 1시간 주행. 10분 휴식을 30분 주행. 10분 휴식으로 바꿨던 거 같다. 너무 힘들었다.
저기 보이는 풀 위에서 책상다리하고 앉아서 쉬었는데 바람이 시원해서 눈좀 감았다가 그대로 골아떨어질 뻔 했을 정도니...





▲ 창원에는 처음가봤는데 도시가 참으로 깨끗하고 좋았다.
여기서 이제 진해로 넘어가야 하기에 길을 잘모르는 나는 파출소에 가서 길을 물어봤다.
파출소장님? 하여간 어떤 경위님이셨는데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이쪽으로 주욱 15km달리다가 어떻게 가세요~ 힘들지는 않을거에요. 여기부터 거기까지는
자전거 도로가 쫙 깔려있으니까요. 조심히 가세요~
뭐 대충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난 처음에는 안믿었다. 무슨 자전거 도로가 15km라고?
근데 막상 달려보니 진짜 [인도 | 자전거 도로 | 차도 | 중앙선 | 차도 | 자전거 도로 | 인도] 이렇게 정확히 나누어져 있었다.
솔직히 노면 상태는 영 꽝이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난 놀라워 하면서 계속 달렸다.





▲ 대구와는 다른 버스정보시스템 모니터.





▲ 지도도 저렇게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나같은 사람한테는 나름 좋은 거 같았다.





▲ 뜬금 없는 내 다리 사진. 중간 창원에서 부터는 사진을 못 찍었다. 너무 힘들어서...
어쨌든 빡시게 달리고 친구집에 도착하니 밤 9시 되기 5분 전. 살이 많이 탔다. 진짜 분장한듯이...
지금은 빨간색이 까맣게 변했기에 무슨 레깅스 같아 보이기도 한다.
여기가 내가 자전거를 타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온 사진들이다.

밑에서 부터는 부산에서 찍은 사진들.











▲ 군생활의 동반자였던 심재명군~





▲ 친구집은 남포동인데 광안리나 해운대는 너무 멀다고 해서 가까운 해수욕장을 찾다가 송도로 왔다.
친구도 가깝지만 처음오는 곳이라 좀 헷갈려할 줄 알았는데 막상 달리니 5분 밖에 안걸렸다.





▲ 군생활 이후 처음보는 바다였다. 처음에는 토할줄(?) 알았는데 막상보니 좋더라.





▲ 내 팔팔이와 재명이의 알칠이 뒤로 보이는 바다풍경.





▲ 재명이의 알칠이 화이트.





▲ 내 팔팔이~





▲ 꼭 해보고 싶은 포즈였다. (T_T)





▲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어정쩡해서 부산타워도 가보기로 해서 부산타워로 또 달렸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웬지 재밌어 보이는 오르막 경사도. 하지만 난 체력도 많이 고갈되었고,
체중도 체중이었기에 재명이가 나보다 더 앞서 달렸다. (T_T)
부산타워까지 올라가기 바로 직전의 언덕이 제일 힘들었다. 없는 힘까지 끌어올려서 탔으니...
거기서 1m만 길이 더 나있었으면 넘어졌을듯...





▲ 부산이 한눈에 들어와 보이는 게...





▲ 참으로 좋았지만 저놈의...





▲ 롯데백화점. 딱 중간을 가로막고 있어서 약간은 답답하긴 했다.

아마 이때 너무 무리를 해서 그런지 내 자전거의 행어가 휘어버렸고,
나중에 알아낸 사실이지만 BB의 허접한 관리로 인해 딱딱 소리가 났다. 뭐 나중에 고치긴 했지만...





▲ 집에와서 뻗어버린 재명이. 도로를 많이 안달려서 그런지 도로주행은 약간 불안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달렸다.





▲ 나란히 쉬고 있는 잔차 두대.





▲ 이날 저녁에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굽네치킨을 시켜 먹었다.
나름 맛이 있었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 양이 적다!!!!!!
Quality와 Quantity는 평행해야 된단 말이다!!!!!!!!!!!!
플러스 알파로 Cost까지 개념이면 더 좋고!!!!!!!!!!





▲ 다행히 재명이가 나보다 소식을 하기에 내가 많이 먹었다.





▲ 아침에 재명이를 깨워 나좀 부산역까지 데려다 줘. 해서 같이 와서 기차표를 끊고 탄 무궁화호 열차.
난 그 다음날 아침 9시 10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대구로 왔다. 나는 대구에서 부산갈 때 15시간 걸려서 돌아돌아 갔는데
기차타고 1시간 30분 만에 오니 허망(?)하긴 하더라. 승무원에게 '이거 안에타서 바퀴 뺄게요' 했는데
내가 했던 말을 들었던 여자 승무원이 나와 마주치니 내가 더 뻘쭘했다. 하지만 그 승무원은 나보고
어디까지 가냐는 말에 동대구까지 간다고 하니 특별히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 쫄쫄이에 선글라스끼고 통로에서 자전거 세워놓고 1시간 30분을 서있었다.





▲ 셀카. 인증샷~





▲ 드디어 도착한 동대구역. 저기 앞에가서 사진 찍으면 되는데 그것도 힘들어서 포기한 나였다.





▲ 중간에 브라더스에 가서 BB좀 손보고, 행어도 좀 펴놓고, 이리저리 물어볼 거 물어보고 왔다.
집 앞에서 인증샷~





▲ 역시 바뀐 게 없군.





▲ 덥기는 부산에 비해 대구가 훨씬 더 더웠다.





▲ 청도를 지나치기 전 휴식을 하면서 지도를 집에 놓고왔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집에 도착해보니 고이 놓여져 있던 지도. 이미 넌 필요 없어 (T_T)




이렇게 내 짧은 휴가는 끝이났다.

원래는 [대구 → 가창 → 청도 → 밀양 → 진영 → 김해 → 부산]의 루트로 가려고 했지만 지도를 놓고오는 바람에
[대구 → 가창 → 청도 → 밀양 → 진영 → 창원 → 김해 → 진해 → 부산]의 루트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중간중간 헤매면서 (T_T)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1. 준비를 철저히 하자.
출발 전에는 철저했지만 출발하는 그 날 당일 아침에는 철저하지 못했다.
물통도 놓고 가고, 더 중요한 지도도 놓고 갔다. 게다가 공기압 체크까지도 놓치고...
이로 인해 대충 30km이상을 헤맸는 거 같다.

2. 체중을 줄이자.
생각보다 언덕이 많았다. 청도 → 밀양가는 도중. 창원 → 진해가는 도중. 진해 → 부산가는 도중.
아무래도 체중이 많으면 언덕이 가장 힘들다. 거기에 체력 고갈에 한몫을 하는 터라,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거기에 자전거에도 무리가 간다. 프레임도 스트레스를 받고, BB와 같은 구동계에도 힘이 집중되니
어떻게 버틸 여력이 없지. 게다가 내 팔팔이는 BB 한쪽이 플라스틱이니 더 심했지 싶다.

3. 동반자를 구하자.
혼자 달리면 알게모르게 빡시다. 힘들다. 힘이 안난다.
하지만 부산을 거의 다가서 만난 40대 큰형님 두분들과 함께 달려보니 힘이 없는데도 어떻게 달려지긴 달려지더라.

4. 더 많은 여행을 하자.
내가 왜 이런 좋은 경험을 어려서 안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앞으로 한살이라도 어릴 때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해야겠다.

5. 사진을 많이 찍자.
남는 건 사진이더라. 되도록 많이 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