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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6] 팔조령

category 자전거/라이딩 기록 2016. 9. 7. 21:55

라이딩 안한지 거의 일주일.

속에서 꿈틀대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페달에 발을 얹는다.

마음이 답답하면 몸을 힘들게 해봐라.

그게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 알게 될테니.


예전 같으면 살살 올라갈 언덕도 요즘따라 뭔가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고 올라가본다.

그렇다고 PR은 안찍히고ㅋㅋㅋ 이 기운에라도 PR을 찍으면 소원이 없겠건만ㅎㅎㅎ

그러면 무언가 속에 있는 응어리가 풀려서인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크게 터진다.

이 홀가분한 기분은 평소에는 못느꼈는데. 가끔이라도 이렇게 풀어주니 좀 살 것 같다.


퇴근길에 만난 병훈형님.

같은 동네 주민이지만 일 년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올해는 신기하게도 오늘까지 네 번 정도는 마주친 것 같다.


요즘 뭐 어떻게 잘 지내나?

형님, 저 요즘 멘붕와서 진짜 힘들었습니다. 이런 게 공황장애인가 싶을 정도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만하다 보니 이렇게 일만하다 죽는 거 아닐까 억울하기도 했고요.

연애도 못하고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나는 작년 메르스 때문에 매장 세 개 폐업하고, 공장 한 개 닫고, 직원 스물 일곱 명 실직자로 만들었다.

아...형님.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니 나이 때 되면 다들 고민하지. 이대로 살아야 하는가, 아님 스스로 나가서 일을 만들던가.

다들 그때쯤 되면 멘붕이 와. 나도 멘붕이 왔고. 굉장히 심했어. 여러 번 오기도 했고.

다 그렇지. 힘들고. 지금 내가 사는 거 다 빚이야.

...


나도 매일 일만 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그나마 일하고 늦게 들어와서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이야.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네, 형님.


그러니 너도 힘내고. 다음에 만나면 한 잔 하자.

네, 형님.


나는 머리를 꾸벅 숙여서 인사를 하고는 손으로 잔을 꺾는 손짓으로 다음 술약속을 정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힘들게 살아간다. 어쩌면 내가 진짜 힘든거는 현실상황인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만, 불안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살자. 어떻게든 살아보자.

살다보면 다 잘 되겠지.

이것또한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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